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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아빠야?

 

영화 아무튼, 우리

 

상영시간 ㆍ 등급
1시간 18분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드라마, 코미디

 

출연진
블랑카 수아레즈(Blanca Suarez, 1988, 스페인)
아마이아 살라망카(Amaia Salamanca, 1986, 스페인)
벨렌 쿠에스타(Belen Cuesta, 1984, 스페인)
마카레나 가르시아(Macarene Garcia, 1988, 스페인)

 

영어 제목은 Despite Everything 
스페인 원제목은 A pesar de todo 


"스페인 ver 맘마미아와 비슷한 영화"  
요즘 한창 넷플릭스 드라마 (특히 스페인 드라마)에 한참 빠져있었습니다. 그중 제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던 스페인 드라마 <마드리드 모던걸>의 여주인공 블랑카 수아레즈와 <그랜드호텔> 여주인공 아마이아 살라망카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어서 이 스페인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마이아 살라망카가 그랜드호텔에서는 청순가련 부잣집 딸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힙쟁이 레즈비언으로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좋아하는 두 여배우를 한 영화에서 보다니.. 눈이 황홀했습니다. 두 배우는 정말 너무 예쁜 거 같아요. 블랑카 수아레즈도 국내에서 스페인 김태희라고 예쁜 걸로 유명한데 한동안 마드리드 모던걸의 당당하고 멋진 블랑카에게 폭 빠졌었습니다.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지만 동생들에게 차마 말 못하는 알코올 중독 첫째 [클라우디아],
뉴욕에서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커리어우먼 둘째 [사라],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동성애자 예술가 셋째 [소피아],
원나잇을 자주하며 남성편력이 심한 막내 [루시아]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자매는 각자의 삶을 살기 위해 흩어져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모이게 됩니다. 장례식장에는 엄마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요, 네 자매들은 그 사람들을 보고 전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들을 보고 아셨는지 그 사람들을 보고 칼을 들고 죽이려고 난동을 피웁니다. 과연 무슨 일일까요?

 

 

장례식을 치른 후 엄마의 유언을 듣기로 한 날,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유산의 절반은 아버지에게 주는 것, 그리고 유산의 나머지 절반에 관해 말하기 전에 꼭 알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출생의 비밀'이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아버지는 너의 친 아버지가 아니다.. 막장 드라마라면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지요^^ 본인을 낳아준 아버지가 따로 있고 심지어 다 각각 다른 아버지 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생부를 찾으면 나머지 유언을 들려준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네 자매는 엄마가 남겨준 같은 단서를 가지고 친 아빠를 찾으러 떠납니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파블로]. 예술가라고 하는데 처음 보자마자 바지를 벗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청자당황;) 그리고 사무실은 온통 누드화 밖에 없습니다. 알고 보니 집에 있던 누드화도 본인이 젊었을 적 어머니를 그려 준거라고 합니다. 너무 자유분방하고 예술에 심취해서 사는 사람.. 다들 저 사람만은 내 아버지가 아니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어머니와 언제 관계했는지 물어봅니다. 하지만 [파블로]는 우리는 꽤 오랫동안 만났기에 관계한 날짜만으로 탄생일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네 자매는 DNA 검사로 누구의 아버지인지 찾고 싶지만 [파블로]는 과학을 믿지 않는다며 이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아무런 수확을 남기지 못한 채 도망치듯 그곳을 달아납니다.

 

 

엄마의 장례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네 자매는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차안에서 서로의 근황을 물어봅니다.

 

첫째 언니가 남편과 잠자리를 한 지 5개월이나 됐다는 말에 동생들은 놀립니다. 그러니 첫째 언니는

 

옛 애인을 그리워하지만 자존심에 헤어져버린 둘째 [사라],

 

동성애로써 여러 여자를 만나지만 한 명이라도 제대로 소개해주지 않는 셋째 [소피아],

 

길에서 만난 남자랑 자는 막내 [루시아]

 

동생들을 꼬집으며 우린 다 똑같이 흠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깔깔 웃으며 갑분대,, 갑자기 분위기 대마초를 피우며 두 번째 예비 아빠를 찾아갑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외딴곳에 있는 수도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맞이해 준 사람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신부님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어머니를 만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부님이 누구의 아빠인지 알게 됩니다. 바로 셋째 [소피아]였습니다. 신부님은 감격에 벅차 [소피아]를 만날 날을 기다려왔다며 안아줍니다. [소피아]는 신부의 딸이지만 본인은 무신론자이고 예술을 하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고 합니다. 처음에 찾아갔던 [파블로]가 그림을 그리니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소피아]가 파블로의 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저의 편견이었습니다. 부모님이 특정한 일을 하니까 그 유전자를 물려받아 내가 이러이러한 모습이 될 것이다 라고 저도 모르게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전자의 힘이 크겠지만 꼭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의 딸인 나는 무신론자라는 [소피아]의 말이 그런 뜻을 내포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매들이 시켜서 화가 [파블로]의 DNA가 담긴 어떤것(?)들을 훔쳐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소피아]는 다시 화랑으로 가서 [파블로]의 DNA가 담긴 어떤 것을 훔치기 위해 기꺼이 모델을 한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세 자매는 다른 예비 아빠를 만나러 갑니다. 굉장히 근사한 빌딩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중년의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엄마를 너무 사랑했기에 몇 번이고 청혼을 했지만 엄마는 현재의 아버지한테 갔다고 합니다. 본인과 뜨밤(?)을 보내고 나서도 바로 현 남편한테 가버리니 속상했다고 말합니다. 자매들은 그런 어머니의 깊은 속사정까지 알고 싶지 않다며 그런 정황 말고 누가 진짜 본인의 딸인지 알 수 있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 중년 남자는 사실 성공한 멋진 사람이 아니라 이 건물의 청소부이고 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며 본인의 어머니 이름이 자신의 딸일 거라고 얘기하면서 [클라우디아]라는 이름을 말합니다. [클라우디아]는 첫째 딸은 건물주가 아닌 청소부라는 사실에 동공지진하며 멈칫하니 눈치 빠른 둘째 [사라]가 대신 딸인척을 합니다. 나중에 [클라우디아]는 용기가 없어서 그랬다며 생부와 다시 재회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지막 막내 [루시아]는 혼자 진짜 아빠를 찾지 못해 엄마 친구라고 하는 분을 찾아갑니다.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요. 그리고 그 엄마 친구분은 엄마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며 [루시아]와 함께 다시 어머니의 유언을 들으러 가줍니다. 알고보니 그 엄마 친구분은 엄마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라며 성전환 수술을 한 [루시아]의 아빠였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엄마 친구분은 보자마자 성전환 수술 한 사람 같아 보여서 마지막 반전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유언 영상

 

아무튼, 우리 영화의 네 자매는 너무나도 다양한 성향을 가진 자매입니다. 아빠의 불임으로 인해 엄마와 서로의 합의하에 이런 관계를 가졌겠지만 그 덕에 괴로운 아버지는 이런 부분을 잊기 위해서인지 약간의 치매 증상이 있습니다. 사실 제일 괴로웠을 사람은 아버지였을거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유분방하고 한국 정서와 약간 맞지 않았던 문란한 설정을 넣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엄마의 마지막 유언을 속에는 각자 성격이 너무 다르기기에 그에 맞는 힘든 부분도 각자 다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이 유전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그런 문제들을 품은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설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혼란 속에 있었던 본인의 기존 정체성을 오직 그것만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고 믿고 살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렇기에 네 자매에게 마지막으로 인생의 지혜를 유언 영상에 담아 선물로 주었는데요,

 

첫째에게 남편의 사랑을 받지못해 전전긍긍하면서 약과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 없이 너의 행복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첫째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합니다. 둘째는 뉴욕에서 회사 대표로 성공했지만 사랑은 없는 [사라]에게 엄마가 이 미션을 주면서 성공을 위해 버린 사랑이었지만 그 사랑이 아직도 자기 주변에 변함없이 남아 본인을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길 바랬습니다. 사랑하지만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피아]도, 사랑하지만 섹스만 하는 [루시아]도 엄마의 유언 영상을 보고 본인의 문제를 스스로 풀고 극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과 다양한 설정(동성애자, 아버지의 불임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는 참으로 파격적인 설정이지만 이 설정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가벼운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입니다.